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특히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라는 시는

가득 채우고 있음의 불편함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이틀에 걸쳐 시골 골골을 돌아다녔다.

한동안 눈에 들오지 않던 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꽃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농작물이 보이기 시작했다는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내가 정작 실감했어야 할 세월은

그 분들이 보낸 세월은

내가 잊고 살아온 야생화와 꽃나무, 농작물보다 더 큰 것이었음을 알았다.

<1>

시골엔 어르신들만 남은 듯

정갈한 농작물은 어르신들의 손에서 자라고 있었고

어르신들의 얼굴과 손과 허리와 다리는 더 늙어 있었다.

'일어서야지' 마음으로 말하고 일어서기까지

무릎이 말을 안듣는다

'아고고고고'라고 하며 힘겹게 섰다

흙 묻은 손을 보이며 '흙이 묻어서 손도 못잡고 ... '라고 말씀하신다.

무어라고 답하리.

그냥 꼬 옥 껴안아드렸다. 그리고 손을 잡고 걸었다.

온 시골동네가 어르신들 뿐이다

간간히 보이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방에 있다

'밭에 좀 나가서 도울것이지' (ㅠ.ㅠ)

<2>

싱크대에 기대어 섰다.

바닥에는 열무김치를 담구어서 몇개의 통을 만들어놓고

일어섰다 앉았다 하기가 힘들어

싱크대에 기대어 섰다.

자녀들 나누어 줄 김치라고 하신다.

자녀들은 알까

어떻게 만들어진 김치인지!!

걷기도 힘든 엄마가 어제저녁부터 김치를 담그고

큰 통에 담아서 차곡차곡 쌓아놓은것을!!!

'이제는 경로당 가셔서 놀다 오세요' 했다

'일 나간 아들 점심 먹으러 들어올 시간이 다 되어 가니 밥 챙겨주고 갈거야'

라고 하신다.

<3>

'우리 큰며느리가 이제 나이를 먹더니 음식솜씨가 나를 닮았어'

그래서 며느리가 이뻐요?

'아니.. 그건 아니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보내어지는 세월은 그 분들의 주름만 깊게 만드는것은 아니다

고집스러워도 좋고, 불같은 성품이여도 좋으니 꺾이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내년에도 올해 뵈었던 어머니들!!

어머니들 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