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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
 돌배나무 개화 중 (7일째) 사람들은 몇 집 사는 이 끝마을을 가랑뱅이라 부릅니다. 하얗게 만개한 귀룽나무를 지나서 가파른 산에 따개비처럼 몇 가구가 붙어 있는 마을, 바로 앞 쪽엔 우리만이 알고 자랑스러워 하는 오래된 돌배나무가 있습니다. 돌배나무 앞에 서면 마치 돌배나무가 가랑뱅이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지요. 그 돌배나무, 지난 19일에 잎이 나오는가 싶더니 21일엔 하얀 색이 나타났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4월 28일,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쯤 만개할지... 여기서 '우리만이 알고 자랑스러워 하는' 데에는 이런 뒷얘기가 있답니다. 4년 전 이 마을에 들올 작정으로 오갈 무렵 돌배나무 꽃이 환히 피었더군요. 그 나무 아래에는 노루귀며 쥐오줌풀이며, 흰제비꽃, 그늘돌쩌귀, 어수리와 참취 등 제법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온 뒤 그 돌배나무를 보면서 그 나무가 지닌 풍채도 풍채려니와 돌배나무가 그 아래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주 들르는 곳이 되었습니다. 애지중지 아끼는 숨겨놓은 보물을 아무도 모르게 꺼내 만져보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화(?)'를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뒤 한 해가 지나자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뒷집에 사시는 'ㅈ'씨 어르신이 그곳을 탐내고 계셨다는 것 아닙니까! "돌배나무 있는델 베내면 비알이 심하지 않아 밭 한뙤기가 될텐데..." 밭을 일구기 위해 돌배나무와 그 주변 나무들을 베어내겠다는 것인데... 순간,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 콩닥거림을 추스릴 수 없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와 보고 즐기는 문제의 선택이라면 'ㅈ'씨 어르신의 먹고 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그 어르신은 밤중에도 나가서 일하는 분이시기에 그 다급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ㅈ'씨보다 연배이시고 이곳에서 더 오래사신 'ㄱ' 어르신을 모셔왔습니다. 일부러 'ㅈ'씨가 보일 수 있는 곳에 앉아서 이른바 '가꾸기' 이야기를 하였더니 'ㄱ'씨 어르신은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당신도 같은 생각을 해왔다며 말입니다. 당장 그 주변의 다른 나무를 베어 내기로 했습니다. 고목같은 시무나무며, 층층나무며, 소나무며 그리고 키작고 가시달린 여러 종의 나무들. 'ㅈ'씨 어르신은 예상했던대로 우리 둘의 이야기가 궁금한듯 내려오셨습니다. "돌배나무를 위해……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 어르신도 시간이 되시면 도와주세요 …… " "…… " 그 일이 있은 뒤 그 돌배나무 밑의 주변을 매년 한 두 차례 정리하고 있습니다. 'ㅈ'씨 어르신은 2년 전 읍내로 이사하시고... 올 봄, 가시와 칡덩굴을 걷어내고 왔더니 그 모습을 지켜보셨는지 어머니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데요. "바쁜 일 놔두고 거기에 한 밭 만들고 왔느냐?" "저 큰나무가 돌배나무인데 꽃이 피면 기가 막힙니다!" "울 아들은 기가 막힌 것도 많아……" 올해 예감은 좋습니다. 돌배나무 흰꽃 흐드러지면 낮엔 진종일 반짝반짝 빛나고 밤에는 또 깜깜한 가랑뱅이 마을을 달빛처럼 비춰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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