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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의 달력
 달력 -개불알꽃에서 와송까지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눈에 익은 겉봉투의 글씨체를 알아보고 보낸이는 짐작했는데 만지작만지작... 내용물이 뭘까? 뜯어보면 될것을, 사람들은 이렇게 가늠해 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오랜 친구가 보내 온 2008년도 달력이었다. 전에 직장시절, 홍보업무를 꽤 오래했었는데 내가 즐겨 쓰는 컨셉 중의 하나가 '오랜 친구'였다. 친구란 말 자체가 오랫동안 가깝다는 뜻인데 거기에 '오랜'이란 수식어를 넣을 게 뭐람. 친구는 친구되 더 오랜, 그래서 더 가까운 친구라고 부연 설명을 하곤 했었다. 친구라면 모두 좋겠지만 굳이 '오랜 친구'란 말을 쓰는 데는 나름대로 몇가지 논리가 있었다. 오래되었으니 좋은 것이고 곱고 미운 정들이 뒤엉켜 쌓였을 터인즉 아무리 미워도 미운정이라며 '정'이란 이름 아래 이해됨직한 혼돈(?)이 있어 좋고 뗄레야 뗄 수도 없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숙명적인 정, 그 원천우정을 나눌 수 있는 게 바로 '오랜' 친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랜'이란 얼마의 기간을 이야기 할까? 그 이후의 이야긴 다음으로 마루자!  달력이다, 탁상용 달력 카메라를 둘러 메면 추위 더위 막론하고, 눈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불문하며 그냥 바삐 움직인 '오랜 친구'를 생각하면서 그 오랜 친구가 보내준 달력을 내 컴 위에 자리해 놓으니... 그가 바로 개불알 친구요, 복수초고 바람꽃이라. 누구라고 말은 못해도 산에 오르자면 이유를 대서 가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갔다가 다시 내려올 거지? 그러면 여기 있을 게." "갔다가 어디로 내려올거야? 그러면 거기로 가 있을 게." 입에서 나올락말락하지만 한라산 등반 '계'까지 만들어 제주에 갔는데 저녁에 시작한 뭔스톱을 스톱하지 못해서 등반은 커녕,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을 놓칠 뻔한 친구도 있었다. 그 오랜 친구들이 시키지 않은 일에 죽사리치며 풍덩 빠져 허우적이는 걸 보면 부럽고도 재밌다. 가쁜 숨 몰아쉬면서도 결코 무겁잖은 발걸음으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은 걸머진 바랑 안에 싸리며 도라지며 잔대며 와송까지 그득해서 이리라.  내 달력... 이제 달력이 주어졌으니 어찌할까. 남의 새악시 구경하듯 눈빠지게 바라본다면 퉁탕거리는 가슴은 어찌하오리. 그 한 켠에 이렇게 적어 가리라. 개쉬땅나무며 노인장대며 낮달맞이꽃이며, 닭의장풀, 댕댕이덩굴. 누린내풀, 닭의덩굴, 덩굴강낭콩, 물꽈리아재비... 이렇게 채워 가리라. 우리꽃, 야생화를 보면서 만나면서 그날그날 만난 꽃의 이름을 부르고 적어주면 되리라. 해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매해마다 피어나는 꽃들, 그 꽃이 피는 시기에 그이 이름을 불러주고 적어 가노라면 그들 세계의 정연한 질서에 놀랄 때가 있다. 올괴불나무보다 먼저 피는 생강나무는 없으며 산수유는 생강나무의 뒤를 이어 피어난다. 봄까치꽃이 피어야 현호색이 피어나고 같은 십자화과라도 냉이, 미나리냉이, 나도냉이의 순서를 지킨다. 그런 대자연의 질서를 2008년에는 '한국의 야생화'라는 오랜 친구의 작품 곁에 채워 가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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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님 왈(曰)
2007-12-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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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으니 좋은 것이고 곱고 미운 정들이 뒤엉켜 쌓였을 터인즉 아무리 미워도 미운정이라며 '정'이란 이름 아래 이해됨직한 혼돈(?)이 있어 좋고 뗄레야 뗄 수도 없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숙명적인 정, 그 원천우정을 나눌 수 있는 게 바로 '오랜' 친구라는 것이다.- 본문 옮겼어요..^^; 친구도, 달력도,,그 모든것이 예쁘기만 합니다. 오랜친구란, 글처럼 늘 그렇다고 믿어왔어요.. 민들레님 글을 읽으니, 마치 오랜친구가 (다들 멀리 살지만..)지금 내곁에 있는것처럼 느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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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中梅님 왈(曰)
2007-12-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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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달력을 가지고 놀리시는구만~~~ 처음으로 만들어 보니 모든게 다 허점 투성일쎄. 다음엔 잘 만들어야지 하는 각오를 새롭게 하면서.. 참 오래되었구만,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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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님 토를 달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