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어요

<화분에서 자라는 뻐꾹나리인데요~ 새순이 세 개째 올라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랍니다.>
 

봄의 나라 -박미란-

둥글고 환하게 곪아가던 심장이 만개하여

엷은 분홍 그리움으로 번져오는 나라,

가던 발길 멈추고 돌아보면

수백 개의 내손이 수천 개의 꽃잎을

더듬더듬 훑어 내리고

당신 소식 하나씩 못으로 박혀 가슴에 내리면,

페이드인 되어 물기 묻은 입술로 다가오면

두 손이 다 적셔진 나는 봄이 되고

오늘 저녁도 점점 깊어지는 내 마음의 안쪽이

펄럭펄럭 커튼처럼 날려도

알 도리가 없는 당신은 너무 조용하다

그래도 당신

가위로 오려낸 지난날의 봄이 되어

작고 하얀 꽃으로 읽히고

우울한 나는 봄의 나라

어디쯤에 있다는 당신을

결코 불러내지 못한 채 간혹

길이 만들어 낸다는 사연을 쫓아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뽑아

당신 손 잡는 꿈을 꾼다

동네 바람이 얹어주고 가는

부끄러운 꽃잎 하나가 기억하는 4월,

고단한 몸으로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나는

가까이서 느껴지는 당신의 들숨 날숨에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어진다

이곳은 어느 나라일까, 꽃나무 아래 봄이

웃으며 당신을 피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