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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12-07 (목)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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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7,771  
이 얼마나 멋진 잡초인가 - 로버트 풀검

 

 
이 얼마나 멋진 잡초인가
 
서로 붙어 있는 우리집 정원과 워싱턴 씨네 정원은 한계가 분명치 않다. 잔디에 무척 신경을 쓰시는 워싱턴 씨는 해마다 정원에 체초제를 잔뜩 뿌렸다. 그는 제초기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차고로 들어가 큰 통에 제초제를 만들어 들고 나왔다. 그러면 꼭 일이 벌어졌다.
 
어느날 아침, 나는 워싱턴 씨가 우리 정원에 핀 민들레에 제초제를 뿌리고 있는 것을 봤다.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자네도 좋잖아."
  "좋다구요? 꽃을 죽이는 걸 좋아한다구요?"
나는 경멸조로 쏘아붙였다.
 
  "꽃이나리? 민들레는 잡초야!"
그는 민들레를 손가락질하며 맞받아쳤다.
  "잡초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을 말하는 거라구요. 다시 말하면 잡초냐 아니냐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거예요. 나에게 민들레는 잡초가 아니예요! 민들레는 꽃이라구요!"
  "말똥같은 소리!"
화를 내며 펄펄 뛰는 나를 피해, 그는 쿵쾅대며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민들레를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돌보지 않아도 민들레는 봄마다 정원 가득 노란 꽃을 피운다. 민들레는 알아서 제 일을 하고, 나는 내 일을 한다. 민들레의 어린 잎은 향긋한 샐러드가 되고, 꽃으로는 맛도 좋고 색도 좋은 술을 담근다. 뿌리는 구운 다음 갈아서 커피와 함께 끓이면 맛이 그만이다. 갓 나온 새싹을 끓이면 기운을 돋우는 차가 된다. 말린 잎에는 철이 풍부하고, 비타민 A와 C가 많아 변비에 좋다. 꿀벌들이 민들레를 좋아해서, 질 좋은 꿀을 만들어낸다.
 
민들레는 3천만 년 전부터 피어 있었고, 그때의 민들레는 화석으로 남이 있다. 민들레와 가장 가까운 식물은 상추와 치커리이다. 학문적으로는 국화과의 다년초로 분류된다. 민들레(dandelion)란 이름은 '사자의 이빨(dent de lion)'이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다. 유럽과 아시아, 북미 전역에 자라며, 저 혼자 힘으로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더위와 추위, 바람과 비, 병충해와 인간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식물이다.
 
민들레가 희귀하고 연약하다면, 사람들은 화분 하나에 24달러 95센트를 주고 사서 온실에 두고 손수 가꿀 것이다. 또 민들레협회 같은 것도 만들어 소란을 떨겠지. 하지만 민들레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란다. 그래서 우리는 민들레를 '잡초'라고 부르고, 기회 있을 때마다 없애려든다.
 
나에게 민들레는 잡초가 아니라 '꽃'이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꽃이다. 나는 민들레가 우리집 정원에 피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유익한 점이 많은 민들레는 무엇보다도 마법의 꽃이다. 꽃이 씨앗으로 변했을 때 훅, 하고 불면 줄기에서 떨어져 날아간다. 이때 제대로 불어서 씨앗을 멀리 날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마법이다. 또 화관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에 씌워줄 수도 있다.
 
나는 이웃에게 그의 정원에서 민들레만한 게 있으면 어디 내놔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이런 점을 생각해 보라. 민들레는 공짜로 가질 수 있다. 꽃을 딴다 해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잡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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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사람들로부터 편지가 쏟아졌다. 그 중에는 민들레주(酒)를 담그는 방법을 적어 보낸 사람도 있었다. 100년 전에는 민들레주가 흔했지만, 지금은 아이오와의 아마나 콜로니스에서만 판매한다고 한다. 게다가 그 술을 사려면 직접 가야 한다. 하지만 직접 담그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 정말 술을 담그고 싶다면 가까운 양조장에 가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필요한 도구를 구입해야 한다. 처음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에라도 꼭 그렇게 하게 된다.
 
민들레주 1갤런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도구를 준비하고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면 6갤런들이 항아리에 채울만한 물을 어디서 어떻게 끓일지 생각해 둔다.
 
4월이나 5월의 화창한 날, 민들레의 꽃 부분만 6쿼트를 딴다. 씻지 않아야 하므로 제초제나 비료를 뿌리지 않은 꽃을 모야야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꽃을 깨끗한 6갤런들이 항아리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모슬린 천으로 덮은 다음 꽃이 푹 젖도록 밤새 재어둔다.
 
다음날 걸쭉해진 물을 여과기에 걸러 맑은 물만 받는다. 물을 다시 항아리에 담고, 레몬 다섯 조각과 오렌지 다섯 조각, 노란 건포도 2파운드, 맥주 효모 두 덩이, 설탕 5파운드를 넣고 잘 젓는다.
 
항아리를 따뜻하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 두고, 깨끗한 행주로 덮어둔다. 거품이 나지 않을 때까지 하루에 한번씩 저어주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찌꺼기를 걷어낸다. 그리고 침전물이 가라앉도록 하루나 이틀 정도 놔둔다.
 
그런 다음 깨끗한 병 여러 개에 술을 나눠 담고 코르크나 스크루 마개로 막는다. 술병을 12월까지는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바로 그 해에 마실 수도 있지만, 여러 해 동안 보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술맛이 깊어진다.
 
술병에 꽃을 딴 날짜와 날씨를 적어두면, 술맛에 봄의 기억이 더해질 것이다. 술의 빛깔은 꽃을 따던 4월이나 5월의 화창한 날처럼 맑고 따뜻한 노란색을 띠어야 한다. 경험에서 얻은 힌트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선물하기 전에 한두병 정도 열어서 먼저 맛을 보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술을 담그는 것은 예술이다 좋은 술을 담그는 법을 익히려면 적어도 세 번은 해봐야 한다. 하지만 어떤 술이 만들어지든 근사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잡초인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풀검 지음, 공경희 옮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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