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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12-07 (목)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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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의미 - 성전

민들레의 의미
 
 
오늘 달력을 한 장 넘겼다. 이번 주 달력의 사진은 민들레이다. 일주일마다 한 번씩 넘기는 내 방의 달력은 차라리 주력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꽃 한 송이 아래 일주일이 달려 있는 달력을 넘길 때마다 나는 지난 한 주일을 꽃같이 아름답게 살았는가를 반성하고, 앞으로 일주일을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많은 달력 가운데에서 굳이 꽃달력을 선택한 것도 사실은 꽃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은 내 마음의 표현이었다.
 
탄핵으로 정국이 시끄러운 때이지만 내 방 달력 속의 민들레는 더없이 밝게 웃고 있다. 노랗게 활짝 핀 꽃잎을 내보이는 민들레의 모습은 날마다 시끄러운 우리 세상을 조롱이라도 하듯 그 모습이 더욱 평화로워 보인다. 민들레는 수정이 끝나면 꽃잎 하나하나가 개화하여 한 송이의 꽃을 이룬다. 그러고 보면 민들레는 한 송이 꽃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수십 송이의 꽃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민들레가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낱낱이 모여 하나가 되는 생명의 아름다운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과 비켜섬 그리고 헌신. 그것이 만개한 민들레의 의미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모두가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우리들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들레의 아름다움은 꽃잎 하나하나의 기다림과 양보의 결과라는 것이 무척 가슴에 와 닿는다. 늘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기다림과 양보와 헌신은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향기인 것이다.
 
어느 날 부처님의 제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쭙는다.
  "이 세상에 바람을 거슬러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는 향이 있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세상에는 그러한 묘한 향이 셋이 있느니라. 그것은 계의 향기(계향; 戒香), 들음의 향기(문향; 聞香), 보시의 향기(시향; 施香)이니라."
 
순풍에도 역풍에도 꺾이지 않는 향기. 그것은 바로 타인을 생각하고 자기를 낮추고 언제나 나누는 삶의 향기이다. 꽃의 향기는 역풍미 불면 날아가 버리지만 아름다운 삶의 향기는 어떠한 역풍에도 흩어지지 않는다는 가르침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라는 희망을 전해 준다.
 
오후 들어 산길을 따라 걸었다. 세상은 어수선하지만 산길에는 봄이 오는 소식이 한창이다. 눈에 띄지 않던 양지니도 보인다. 곧 벚꽃이 핀다는 소식이다. 벚꽃의 움을 먹고 사는 양지니가 날아다니는 산은 어제까지의 황사도 잊은 듯 투명하다. 세상의 소식이 분분할수록 더욱더 자연에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산길을 내려와 들길을 걸으며 혹시나 하고 민들레를 찾아보았다. 내 달력 속에 민들레는 만개해 있는데 들길의 민들레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민들레를 고개 숙여 찾는 것은 삶의 향기 가득한 세상이 민들레와 함께 올 것만 같은 기대를 저버리기 싫어서다.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성전 지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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