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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10-10 (화)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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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라리, 곤들래 맨들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 
 
수수쌀을 씻는 줄 은 번연히나 알면서
무슨쌀을 씻느냐고 왜 또 묻나.
 
정든님이 오셨는데 수인사(修人事)1)를 못하고
행주치마 입에 물고서 눈으로만 반기네.
 
개구장 가의 거무노리2)는 무슨죄를 지었나
큰애기 손길에 칼침을 맞네 
 
울넘어 달넘어 꼴비는 총각아
꼴춤을 게다놓고 외받아 먹게.
 
뒷집의 숫돌은 좋기도 좋다
큰애기 옆눈질에 낫날이 홀작 넘었네. 
 
곤들래3) 맨들레4)늘어진 골에
당신은 나물뜯고 나는 꼴비며 단둘이나 가자. 
 
우리야 연애는 솔방울 연앤지
바람만 간시랑5) 불어도 똑 떨어진다. 
 
 
 1) 인사를 닦음
 2) 나물의 이름
 3) 산 나물의 이름
 4) 음률을 맞추기 한 말
 5) 살랑


 
정선아라리 애정편(初情) 가사의 일부입니다.
 
정선아라리는 다른지역의 아리랑과 확연히 구별되는 맛이 있습니다.
진도나 밀양아리랑이 화려하고 경쾌한 느낌이라면
정선아라리는 애처로운 느낌을 줍니다.
왜일까요?
 
아리랑의 후렴구를 보면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 봅니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타지역의 아리랑은 흥이고 고개입니다.
그리고 그 흥은 절로 나고 또 그 고개는 흥으로 (절로) 넘는 고개입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정선아라리의 아리랑 고개는 두 개이군요!
그래서 인지 그 고개는 혼자 힘으로 넘기에는 버거운가 봅니다.
나를 넘겨주는 또 다른 나 또는 너가 필요한 그런 힘겨운 고개인 것이죠.
 
해학과 애정과 산수와 무상에 대한 한 소절이 끝나면
후렴(정확히는 후렴만은 아니라고 합니다)은 늘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입니다. 유장함까지 느껴집니다.
정선 사람들이 정선아리랑 대신에 정선아라리로 불러주기를 고집하는 이유도
그런 차이에서 오는 뉘앙스를 '아라리'에서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튼 정선아라리를 들어보면 유난히 식물의 이름이 많이 등장합니다.
정선이란 지역의 특성상 들리는 것이라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뿐.
보이는 것은 산짐승과 풀과 나물들이었을 터인즉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정선아라리에 곤들래(곤드레; 고려엉겅퀴)가 등장하고 맨들레(민들레)가 곁들여 집니다.
곤들래 맨들레... 곤들래는 당신이고 맨들레는 나입니다.
곤들래는 늦가을 꽃이고 맨들레는 이른봄 꽃.
 
곤들래 맨들레...
기막힌 운율이면서
꽃이 없는 겨울자락을 지켜주는
참 잘 어울리는 국화과의 꽃친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