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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11-24 (금)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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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똥 - 권정생

강아지 똥
 

권정생


돌이네 흰둥이가 누고 간 똥입니다. 흰둥이는 아직 어린 강아지였기 때문에 강아지 똥이 되겠습니다. 골목길 담 밑 구석자리였습니다. 바로 앞으로 소달구지 바퀴 자국이 나 있습니다.
추운 겨울,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이어서 모락모락 오르던 김이 금방 식어 버렸습니다. 강아지 똥은 오들오들 추워집니다. 참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강아지똥 곁에 앉더니 주둥이로 콕! 쪼아 보고, 퉤퉤 침을 뱉고는,
"똥 똥 똥..... 에그 더러워!"
쫑알거리며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강아지 똥은 어리둥절했습니다.
"똥이라니? 그리고 더럽다니?"
무척 속상합니다. 참새가 날아간 쪽을 보고 눈을 힘껏 흘겨 줍니다. 밉고 밉고 또 밉습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런 창피가 어디 있겠어요.
강아지 똥이 그렇게 잔뜩 화가 나서 있는데, 소달구지 바퀴자국 한가운데 딩굴고 있던 흙덩이가 바라보고 방긋 웃습니다.
"뭣 땜에 웃니, 넌?"
강아지 똥이 골난 목소리로 대듭니다.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고 부르니?"
흙덩이는 능글맞게 히죽 웃으며 되묻습니다. 강아지 똥은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목안에 가득 치미는 분통을 억지로 참습니다. 그러다가,
"똥이면 어떠니? 어떠니!"
발악이라고 하듯 소리지릅니다.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흙덩이는 여전히 빙글거리며,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야."
하고는 용용 죽겠지 하듯이 쳐다봅니다. 강아지 똥은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울면서 쫑알거렸습니다.
"그럼, 너는 뭐야? 울퉁불퉁하고, 시커멓고, 마치 도둑놈같이....."
이번에는 흙덩이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멀뚱해진 채 강아지 똥이 쫑알거리며 우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강아지 똥은 실컷 울다가 골목길 담벽에 노랗게 햇빛이 비칠 때야 겨우 울음을 그쳤습니다. 코를 홀찌락 씻고는 뾰로통 딴 데를 보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던 흙덩이가 나직이,
"강아지 똥아."
하고 부릅니다. 무척 부드럽고 정답습니다. 하지만 강아지 똥은 못 들은 체 대답을 않습니다. 대답은커녕 더욱 얄립다 싶습니다.
"내가 잘못했어. 정말 도둑놈만큼 나빴어."
흙덩이는 정색을 하고 용서를 빕니다. 강아지 똥은 그래도 입을 꼭 다물고 눈도 깜짝 않습니다.
"내가 괜히 그래 봤지 뭐야. 정말은 나도 너처럼 못 생기고, 더럽고, 버림받은 몸이란다. 오히려 마음속은 너보다 더 흉측할지도 모를 거야."

 
(중략)
 
밤이 되자,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나왔습니다.
 

반짝반짝 고운 불빛은 언제나 꺼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다음날이면 역시 드높은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강아지똥은 눈부시게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더러운 똥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강아지똥은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가슴 한 곳에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봄을 치장하는 단비가 촉촉히 골목길을 적셨습니다. 강아지똥 바로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하나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내려다보고 물었습니다.
"난 예쁜 꽃이 피는 민들레란다."
"예쁜 꽃이라니! 하늘에 별만큼 고우니?"
"그럼!"
"반짝반짝 빛이 나니?"
"응, 샛노랗게 빛나."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어쩌면 며칠 전에 제 가슴 속에 심은 별의 씨앗이 싹터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가 어떻게 그런 꽃을 피울 수 있니?"
물어 놓고 얼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건 하느님께서 비를 내리시고 따뜻한 햇볕을 비추시기 때문이야."
민들레는 예사로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역시 그럴 거야. 나하고야 무슨 상관이 있을라고·····.'
금방 강아지똥의 얼굴이 또 슬프게 일그러졌습니다.
그러자 민들레 싹이,
"그리고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하고는 강아지똥을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
"네가 거름이 되어 줘야 한단다."
강아지똥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예쁜 꽃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 거야."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려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과연 나는 별이 될 수 있구나.!'
그러고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그만 민들레 싹을 꼬옥 껴안아 버렸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어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온 몸을 녹여 네 살이 될게."
비는 사흘 동안 계속 내렸습니다.
강아지똥은 온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습니다. 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어가 민들레의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줄기를 따고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향긋한 내음이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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