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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7-12-27 (목) 08:41
ㆍ조회: 13,012  
민들레 홀씨 - 이영숙
   
 
 
 
 
 

 
민들레 홀씨
  - 이영숙

산길 걷다 보면 눈부신 하얀 몸을 만나게 된다
유일하게 공중을 떠돌며 묵언정진하듯
자유를 선택한 그녀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법이 없다
펑퍼짐한 엉덩이 가파른 절벽 위에도
서스럼없이 앉던 그녀가
오늘 따라 아무 곳에 나앉고 싶지 않았을까
달콤한 햇살 빨고 있는 내 어깨 위에
새처럼 날아와서 앉는다
머리카락 반 쯤 센 내 몸에 쉬어갈 줄 아는 똑똑한 그녀
깃털처럼 가볍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새치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다
나도 저이처럼 살아볼까,
밤마다 날개 옷 입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짧은 침묵을 나누다
내년 봄에 노오란 리본 달고 올 그녀를
아침 햇살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양지바른 쪽에
살며시 내려놓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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