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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와 서양민들레의 씨앗
우리 뜨락엔 흰민들레가 많습니다. 물론 이곳저곳에서 파다 심은 것입니다. 우리 뜨락엔 서양민들레는 더 많습니다. 물론 어느 곳에서도 파다 심은 적이 없습니다. 도리어 자꾸 뽑아냅니다. 같은(?) 민들레라는 이름을 달고서 대접과 푸대접이라는 극과 극의 양단에 선 이들 꽃, 그 꽃들을 지켜봅니다. 드물게 보는 일이지만 흰민들레가 가을에 피어났습니다. 서양민들레는 그 수의 많고 적음이 있지만 계절가림 없이 피어나지요. 씨앗들은 어느새 하나 둘 바람타고 떠났는데 아직 떠나지 못한 씨앗을 달고 있는 두 꽃에 렌즈를 대봤습니다. 씨앗에도 어떤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먼저 위에서 총포를 보기로 합니다. 흰민들(상)는 서양민들레(하)에 비하여 많이 말라 비틀어졌군요. 조금 빨리 피어서 그랬겠지요. 아무튼 두 대머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성기고 촘촘하다는 느낌입니다. 흰민들레는 숱이 적고 서양민들레는 그에 비해 많습니다. 제가 직접 세 보지는 않았지만 흰민들레는 80개, 서양민들레는 200개의 꽃을 달고 있다는데 그것이 맞아 보입니다, 서양민들레가 훨씬 많다는 것.   이번엔 씨앗 하나에 접사렌즈를 가져다 댔습니다. 배율은 같습니다. 흰민들레는 씨앗이 도톰합니다. 무게를 비교하고 싶었지만 미세저울이 없어서 재보진 못했습니다. 육안으로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었으나 렌즈를 통해 보니 흰민들레 씨앗의 무게는 사양민들레에 비하여 거의 2배쯤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적인 시각에서 씨앗 자체로 볼 때 무겁다는 것은 우량입니다. 그러나 생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싹을 틔울 수만 있다면 가볍고 그 숫자가 많아야 우점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흰민들레에 비하여 서양민들레의 씨앗이 작고 가볍다는 것은 그들이 꽃씨를 퍼뜨리는 방법으로 볼 때 서양민들레가 확실히 우점종입니다. 도농을 가리지 않고 우리 땅을 뒤덮고 있는 이유를 씨앗의 모양을 보고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군요.   이것은 씨앗 한 개의 모습입니다. 어느 편이 멀리 나를 수 있을까요? 비행기의 조종사들이 민들레 씨앗이 나르는 모습을 종종 본다는데 정녕 그것들은 서양민들레일 것이 극명합니다. 흰민들레와 서양민들레, 그 씨앗의 생김새를 들여다 보니 흰민들레는 점점 줄어들고 서양민들레는 날로 늘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씨앗의 숫자나 멀리 나를 수 있는 구조에서 적자생존의 싸움은 이미 결판이 나 있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 얹힐 이야기가 있습니다. 흰민들레(토종민들레)는 공해에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공해도가 심한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 되어버린 흰민들레, 거기에 비하여 서양민들레는 공해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흰민들레는 '민감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다' 라고 깨우쳐 주는 꽃이기도 하군요.   예쁘기로는 마찬가지인 두 꽃입니다. 미추를 떠나 예쁜 두 꽃이 나란히 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하는데 어떤 녀석이 또 다른 녀석을 밀어내고 있어서 그 땜에 밉보이게 된 것입니다. 흰민들레, 그들이 때 아닌 가을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려보낸들 그들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씨앗의 문제는 아닙니다. 수 천 년, 수 만 년을 살아온 그들이 그런 지혜를 모를 리 없을 테니까요. 그 주인(主因)은 정작 공해, 공해 문제 라고 생각해 보면 미운 것은 서양민들레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어여쁘게 피어나는 흰민들레를 보면서 그 보다 더 고마운 '사람', 사람들이 떠올라야 할텐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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