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일	2007-02-07 (수)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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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누워 - 박제천

홀로 누워
- 박제천

홀로 누워 빈둥거리니 복이로다 무사 무사하니 덕이로다 공기밥에 물 말아 먹고 배 두드리니 은혜로다 너로 하여
이 세상 떠도는 민들레 꽃씨조차 해바라기처럼 보이고 티끌이 모여 이루어진 산을 보도다 너로 하여 이 세상 미움을
남김없이 버리도다 홀로 누우니 내가 바로 이 자연이고 이 우주로세그려

살이 있는 것들은 한데 어울려 살아야 한다
사람이란 것이 저만 살겠다고
집에 들어 온 것들을 내쫓으면
결국은 저도 망한다
곳간에 들어앉은 구렁이도
지붕을 달려가는 들고양이도
천정 속에서 뛰어다니는 쥐들도 모두 이 집의 식구란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말씀이 지금에 되살아난다
내게 아양을 떨면서도 돌아서서 욕하는 년놈
나를 지킨답시고 도리어 나를 망치는 년놈
저들도 내가 모셔야 할 업이다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헐뜯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적들
내가 업으로 삼는 것들은 바로 사람일 수밖에 없다
적들이 나를 겨냥하고, 나에게 시위를 날리는 한
나에게는 힘이 있고 달려갈 땅이 남아 있다
저들로 하여 나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가게 된다
미워하는 자에게 나머지의 또 한 뺨을 내맡기는
젊은 예수의 마음도 나와 같았으리
살아 있는 온갖 버러지들에게 자비심을 베푸는
젊은 석가의 마음도 나와 같은 깨우침에 다름아닐진저
업이여 나를 뜯어먹어라
뜯어먹힐 게 있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니냐
업이여, 너를 모시는 한 나는 살아 있음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