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피는 마을
- 도한호

 
화려한 장미보다는
수수한 찔레가 좋다
장미덩굴이 잘 가꾸어진 정원의
붉은 벽돌담에 기어올라, 오월의
공간에 미소와 활기를 불어넣을 때
들찔레는 쇠똥 냄새나는
세심바위 길섶에 둥지를 틀고
늦게 핀 민들레와 너무 일찍
돌아온 산제비를 염려한다
진달래가 피고 지고 아카시아
감꽃 밤꽃이 차례로 이운 다음
네가, 산목련 그늘 아래 묻혀서
창백한 연둣빛 꽃송이 몇을
힘겹게 피워 올려도, 나는
장미보다 네가 더 아름답다
네가 피어있는 곳, 언제나
빈 손 들고 갈 수 있고
네가 확장한 영토, 평민의 아들들이
어깨 펴고 드나들 수 있는 곳
네가 둥지 틀고 봄을 기다리는 곳
어디나 내 어머니의 땅
네 영토에 봄이 아직 멀다해도
올해는 영영 꽃피우지 못한다해도
나는 장미보다는 찔레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