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타령 - 문병란

민들레 타령
- 문병란
 
 
혼자서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선
미안한 마음으로 민들레가 핀다.

혼자서 밤새도록 느꺼운 사람의 가슴 속에선
짝사랑에 여윈 마음으로 멍든 멍들레가 핀다.

미안해서 피는 민들레
멍들어서 피는 멍들레
내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진다.

님아 님아 다시 봄이다
속쓰린 가슴 속 문지르고 문질러서
너와 나의 질긴 삼생의 연분
쓰고 달고 매운 눈물 맘들레를 피우자.

지옥에도 천당에도 그보다 더 먼 고향에도
우리들의 피와 눈물 뿌리마다 묻혀서
피다가 못 피면 도로 죽어 살아서
쓴 냄새 피 냄새 흥건히 고이는 설운 눈물로
너와 나의 그리움 문지르고 문질러 문들레 피우자.

문둥이가 가는 길에도
홀애비가 가는 길에도
우리들의 그리운 누이가 가는 길에도
못다 이룬 상사귀 저승 가는 길에도
너와 나의 맘들레 멍들레 문들레
숨어서 나눈 그 사랑 쓰디쓴 씀들레 피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