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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7-02-07 (수) 01:12
ㆍ조회: 9,036  
나는 유태인이 아니다 - 양채영

 

 
 

 나는 유태인이 아니다
- 양채영

어느 봄날 어느 두멧길 그 흔한 민들레가 또 반갑다
할 얘기가 많아선지 더욱 눈부셔
나는 마음이 아프고 설렌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 뿌리 박아
봄나물도 되고 피리도 되고
꽃으로 피었다가 하얀 솜털로 멀리 가보고 싶다.
어디선가 북이 울린다
큰 길 닦이고 오랜만에 가보았더니
민들레 피었던 자리에 푸른 호수가 들어섰다.
빌딩 그늘에 앉아 떠가는 구름과
바람을 만나며 시가전을 하는 아이들을 본다.
가각을 돌아가는 한 떼의 바람과 구름의
검은 그림자를 생각한다. 누군가 자꾸 부르는 소리
해감내와 화약내가 매캐한 채
내 뒷덜미를 잡는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다'를 중얼거리며
내 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어느 새 노오란 민들레꽃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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