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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12-14 (금) 20:13
ㆍ조회: 15,878  
대체 너희들 어디에서 왔느뇨?

패밀리 사이트 '토종마을'의 농장일기를 그대로 퍼왔습니다.
 
대체 너희들 어디에서 왔느뇨?
 
아침해가 뜨자 제법 햇살이 다사하게 듭니다.
우리농장의 닭들은 벌써 산으로 모이를 찾아 떠났는데
닭집 한 귀퉁이에서 '삐약, 삐약!'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맙소사,
어디에선지... 암탉이 병아리를 부화시켜서 데리고 나타난 것입니다.
땅바닥은 아직 언채로 해가 들어 풀리지도 않았습니다.
암탉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꾹구를 외치며 병아리들을 모으려 하는데
병아리들은 어미닭을 제대로 좇지도 못합니다.
방금사 어디에선가 알을 깨서 데리고 온건데
병아리들은 너무 추워서 어미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두 마리는 이미 몸이 굳었고
또 몇 마리는 땅바닥에 누워 몸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합니다.

따로 생각하거나 어찌어찌하여야 할 겨를이 없습니다.
병아리부터 집어(잡는 게 아니라, 집어입니다) 주머니에 담습니다.
탁 트인 우리네 닭집은 암탉이 병아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부르고 좇을 수 있는 어느정도 막힌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어미닭을 붙잡아야 하는데 까칠한 어미닭은
병아리를 보고 날개를 펴 보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어렵게, 병아리를 미끼(?)로 손에 들고 유인하여 암탉을 붙드는데 성공합니다. 

부랴부랴, 비닐하우스 한 켠에 전에 마련해 뒀던
병아리방으로 식구들 모두를 데려왔습니다.
어미닭은 이제 경계를 풀고
주인이 주머니에서 꺼내 제 품안에 넣어주는 병아리들을 품어안습니다.
세 마리는 여전히 일어서지도 못하고 간헐적으로 눈도 감습니다.
 
 
 
모이를 주니 어미닭은 모이를 쪼으며 병아리들을 불러내려 하지만
추위에 얼어 지친 병아리들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보온등도 켜줬습니다.
그리고 서너 시간이 흐르니
여덟 마리의 병아리 모두가 어미의 뒤를 따르고
어미가 앉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그 어미의 품에  들고 있었습니다.
 
 
 
대체 너희들 어디에서 왔느뇨?

우리닭집에 주욱 마련된 산란실에는 알을 낳는 장소만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옹아리고 쪼으며 알을 품겠다고 고집부리는 닭들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알에 눈이 먼 주인은 그들의 품에 안긴 달걀을 늘 빼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알을 품어 부화할 자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암탉은 어디에서 알을 품어 부화를 시켰을까?
암만 생각해도 집히는 곳은 없습니다.
산이고 개울이고 할 것 없이 여기저기 뒤지기를 매일같이 하는데
도대체 21일을 어디에서 숨어 견뎠단 말입니까?
 
 
  
 
눈에 띈 병아리 만으로도 달걀 10개가 깬 것인데
추측컨대 5개 이상은 깨지 못한 상태이거나 곤달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어디일까???
종일, 여기저기 그럴 법한 곳을 찾아 봤는데
흔적은 물론이고 좁혀서 수색해 볼만한, 감잡히는 곳도 없습니다.
도대체 너희들의 탯자리는 어디란 말이냐?
 
그래,
네가 파고들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그 자리겠지...
주인이라고 그 자리를 기필코 알 필요도 없겠지...
 
 
 
바깥 풍경입니다.
 
 
이름아이콘 hudra1
2007-12-17 19:34
정말  위대하고 감동적인..모성 본능 의  최고 드라마입니다.  스트레스 확날아가고  맘이 포근해지는군요..
민들레 hudra1 님께서는 닭을 정말로 사랑하시는 것 같군요 ^^
재래닭을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있다 합니다.
한겨울에, 대설지나고 동지가 가까운데
알 수 없는 어디에선가에서 알을 깨 데리고 온 건...
정말이지 감동이고 의아하고 신비였답니다.
12/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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