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2006-11-13 (월) 10:25
ㆍ조회: 7,305  
의당 자연부화



암탉 : 2006년 3월 모일생
         생년 생월만 있고 생일 없는 소녀(?)가 된 것은 
         그 무렵 며칠 걸러 계속 부화했기 때문...
 
알품기 : 2006년 10월 22일
알까기 : 2006년 11월 11-12일 (아침기온 -4도)
 

닭들이 알을 품기 시작하면 좀처럼 말리기 힘들다.
알 낳는 곳에 틀어박혀 앉아 옆에서 다른 암탉이 알을 낳는 족족 바로 나꿔 채간다.
물론 부리로 끌어 가는 것이지만 순식간이다.
 
보통의 암탉들은 알을 낳으려 산란실에 들어 갔더라도
사람의 손이 가까이 가면 도망가는데
알을 품는 닭은 꽁지 깃털을 세우고 끼륵 끼륵 소리를 내며
경계를 표시하는 행동을 한다.
많은 암탉들은 쪼기도 하는데 앙탈이 심한 녀석은
손등의 살갗이 붉어질 만큼 아주 세게 물어 뜯는다.
피부가 약한 사람이나 어린이들은 상처가 날 수 있을 정도이다.
 
억지로 밖으로 꺼내 놔도 그 자세 그대로 수초간 앉아 있으며
다시 알품는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사람이 부리를 반대방향으로 돌려 엉덩이를 밀어내도 소용없다.
날개를 푸드득 거리며 오직 한 길... 제 자리를 찾고 만다.
 
이정도 되면 사람이 먼저 포기 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지식으로 병아리의 부화는 가을이 되기 전에 마무리 되어야 한다.
가을에 안친 병아리는 서리병아리라 하여 건강이나 발육상태도 좋잖다는 것이다.
병아리가 자라 2-3개월 후 털갈이를 하는데
그 시기가 추운 때라면 피해 주는 것이 주인의 당연한 '임무'일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라는 일념으로 품겠다는 것을 어찌하랴...
 
사람의 알량한 지식이 자연현상을 거스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 '저네들이 어련히들 알아서 할려고' 하는 데에 이르니
품게 해주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욕심사납게 달걀 20개를 넣어 주었는데
포란 열흘 정도 후에 달걀검사기(검란기)로 보고 3개를 꺼내 주니 16개.
닭들과의 계산은 가끔씩 산수가 아니라는 것도 배운다.
 
아무튼 11일 오후 늦게 보니 병아리는 깨고 있다.
날씨라는 게 또 인간사와 늘 어긋지듯이 닭들에게도 마찬가진가 보다.
그날 밤시간대는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 앉았다.
영하 4도인 12일 아침, 병아리로 깨고 나온 달걀의 남은 껍질을 꺼내 줬다.
 
병아리는 달걀을 거꾸로 세웠을 때 윗부분이 머리이고 아래는 다리이다.
부화 할 때는 가장 통통한(반지름이 가장 긴) 부분보다 약간 윗부분을
반시계방향으로 깨고 나오는데 윗뚜껑은 잘게 부셔지지만
아랫껍질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깨지지 않고 남은 아랫껍질들은 사람이 끼워 넣은 것 마냥 겹겹이 포개져 있다.
그것들을 꺼내줘야 한다.  
그 이유는 거기에 부화중인 달걀이 거꾸로 들어가 박히면 안되기 때문이다.
 
한 개가 실제로 우려했던 모습을 하고 있다.
달라붙은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주고 그 달걀을 귀에 대봤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것은 사고다.
병아리는 알을 깨면서 그 안에서 힘차게 울어댄다.
파각치로 망치질을 하는 데 삐약삐약 소리로써 그 힘을 더하는 것이다.
얼마 후에 다시 보니 온기는 있으되 내부가 말라 있었다.
까만 색이었다.
 
자연부화란 어느 면에서 인공부화보다 어려움이 많고 위험요소도 드러나 있다.
덧붙여 확실한 것은 생산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연부화를 고집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묻지도 않는데 대한 답은 이렇다.
"고집해 본 적은 없다. 딴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번호 본문내용 작성일 조회
30
수탉 줄이기
수탉 줄이기 닭을 기르면서 '자연부화'를 시켜보니 병아리들이 너무 예쁘고 또 엄마닭을 따르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두 해 전, 병아리를 데려..
2007-02-15 5,241
29
닭들과 친해지기
닭들과 친해지기 암탉이 멋질까요, 수탉이 멋질까요?한마디로 우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닭이 예쁠까로 물음을 바꾸면 어떨까요? 이 때는 상황이 좀 달라지..
2007-01-30 4,861
28
닭들의 따돌림
닭들의 따돌림 닭쌈에도 텃세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똥개도 제 집 앞이면 7할 먹고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만이 텃세를 부리는..
2007-01-20 5,322
27
달걀, 어떤 식품일까
   달걀은 한 생명이 태어나는 데 필요한 영양성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영양가가 높고 열량이 낮으며 소화 이용률이 높아 영양식으로써 이..
2006-12-08 4,184
26
닭띠 - 김왕노
  닭띠- 김왕노 아으 나는 닭띠다. 무정란을 낳는 닭띠도 아니고 유정란을 낳고 골골거리며 유세하는 암탉도 아니다. 수탉이다. 이중섭은 수탉..
2006-12-08 3,920
25
유정란의 보관 요령
유정란의 보관 요령 유정란은 잘만 보관하면 한달이 지난 달걀도 부화한다. 즉, 살아 있다는 것이다.유정란은 서늘하고(24도 이하)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2006-11-28 10,561
24
의당 자연부화
암탉 : 2006년 3월 모일생         생년 생월만 있고 생일 없는 소녀(?)가 된 것은    ..
2006-11-13 7,305
123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