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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01-20 (토)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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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의 따돌림


닭들의 따돌림
 
닭쌈에도 텃세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똥개도 제 집 앞이면 7할 먹고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만이 텃세를 부리는줄 알았더니 닭들... 놀랍습니다. 텃세가 아닌 따돌림이었던 것입니다.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 텃세 [-勢] :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특권 의식. 또는 뒷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
  • 따돌림 :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루어 특정인을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인격적인 무시 또는 음해하는 언어적·신체적 일체의 행위.
텃세와 따돌림은 사뭇 다르군요. '텃세'는 자리에 대한 특권의식의 표출이지만 '따돌림'은 무단히 1대 다자의 관계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텃세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해소 또는 뒤집기가 가능할 수 있는 일입니다. 뒤에 들어왔다 할지라도 융화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세(勢)를 약화시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따돌림은 그렇질 못하군요. 힘의 논리만이 작용하므로 따돌림을 당하는 측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주저앉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강한 스프링이라 할지라도 눌림의 힘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언젠가는 탄성을 상실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텃세가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따돌림은 한시 바삐 거기에서 헤어나는 것만이 방책이라는 점에서 아주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닭쌈에는 텃세도 있어 보입니다. 다른 닭집의 수탉을 새로 넣아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낯설은 닭이 들어오면 터주인 대장닭이 새 침입자(?)에게로 서서히 다가갑니다. 새로 들어온 닭은 모래를 쪼아보기도 하고 날개를 슬쩍 펴서 힘을 과시하는 등 거드름을 피우거나 애써 의연한 태도를 보이려고 하지만 목깃을 세운 싸움은 어느새 시작되고 맙니다. 퍼드득 퍼드득... 텃세로 걸어오는 싸움입니다.
 
1대 1의 싸움은 잠시, 또 다른 부(副)대장 닭이 덤비면 침입자 닭은 케켁 소리를 내며 혼비백산 달아납니다. 이미 싸움은 끝이 났고 터줏닭은 힘찬 날개짓과 함께 우렁찬 꼬끼오를 외칩니다. 잠시 뒤에 대장닭은 또다시 침입자에게로 서서히 다가갑니다. 물론 침입자 닭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 가지만 막다른 길은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이 무렵이면 주변에 목깃을 세우는 암탉도 나타납니다. 가당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텃세에서 따돌림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그 일순을 피해가지 못하면 그 수탉은 영원히 무늬만 수탉인 '따'로 전락해버릴 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중닭 정도로 커가는 수탉이었는데 한쪽 구석에 엎디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닭들의 공격 포인트는 머리의 윗부분, 볏과 목이 이어지는 부분인데 그 부분에 구멍이 뚫려 피를 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닭이 수세에 몰리면 머리를 구석에 박고 엉덩이만을 쳐들고 있는데 그럴 수 있는 능력마저 상살한 상태였던 그 닭은 다른 곳으로 격리되었고 지금은 어엿한 수탉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수탉의 자리에서는 제법 우위의 서열에 있지만 사람이나 작은 환경변화를 유별나게 경계하는 것을 보면 그 때의 '따돌림'은 '닭의 머리'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따돌림은 곧 '죽음'이었을 테니까 말이죠.
 
사진 속의 닭은...
지난 16일 구출해온 닭입니다. 상황 설명은 생략하려고 합니다. 저 닭의 주인인 제게 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녀석의 몸집도 제법 중닭에 가깝습니다. 여차저차한 관계로 먹이를 쪼는 자세나 목움직임 속도가 심상치 않아 붙잡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쉽게 붙들 수 있었다는 것도 좀 그렇지만 그 보다는 무게감이 병아리 정도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축 처져버린 날개·꼬리깃털하며 헤질대로 헤진 몸통의 깃털들. 붙들고 오는 사이에 눈을 감고 잠에 빠집니다. 보통의 닭이라면 긴장을 풀지 않고 꽤엑- 하며 소리를 내야 할텐데 말입니다. 데려와서 지난해 11월 8일 부화한 입동둥이 중병아리들과 함께하도록 해줬습니다. 놀라운 일은 또 생깁니다. 한주먹감도 안되는 그 중병아리들이 맥빠진 이 닭을 쪼아대지만 이에 대한 대처능력을 잃어버린 이 중닭은 자리를 피합니다.
눈을 감고 먹이를 쪼는 모습(사진 위)이 너무 안쓰럽고 추해 보여 흑백으로 처리하고 아래 사진은 서서 자는 모습인데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이 닭은 제법 기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병아리들에게 공격당하지도 않을 만큼 당당해졌습니다. 지금처럼이라면 '따돌림'에 대한 공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성장해서까지도 '따돌림'에 대한 기억만은 제발 되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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