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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02-15 (목)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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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줄이기
수탉 줄이기
 
닭을 기르면서 '자연부화'를 시켜보니 병아리들이 너무 예쁘고 또 엄마닭을 따르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두 해 전, 병아리를 데려와 키우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그 병아리들이 주인을 따르는 게 아니라 엄마를 따른다는 것에 새삼 놀라움을 느낍니다.

병아리가 엄마를 따르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철리일 것입니다. 허나, 당시엔 주인과 병아리는 '먹이'라는 일차원적인 고리 이상의 친분(?)을 느끼며 지냈었습니다. 근래 자연부화된 닭들은 아무리 해도 친해질 수 없습니다. 먹이는 어디까지나 먹이일뿐 혈연의 관계를 넘어 설 수 없다는 한계를 다시금 느끼는 것입니다.
 
그 때는 그랬습니다. 주인이 들어 가면 모두들 날개를 퍼득거리면서 날라옵니다. 그리고 손에 올라오는 녀석도 있고, 어깨에 올라와 등 뒤를 돌면서 내려오지 않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눈 앞의 모이를 마다하고 등에 오르는 녀석들을 뭘로 설명해야 할까요?
 
그 때의 그 녀석들은 지금도 주인에게 몸을 부벼옵니다. 서 있을 땐 두 발 사이에 들고 쪼그려 앉으면 엉덩이에 따스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손을 돌려 잡으면 슬그머니 빠져 나가지만, 그 녀석들은 필시 내가 키웠던 바로 그놈들입니다. 물론 자연부화로 엄마 밑에서 큰 녀석들은 그런 친밀감을 보이는 일은 절대로, 절대로 없습니다. 엄마 없이 태어나서 엄마 없이 자라난 녀석들은 그렇게 주인에 대한 올리사랑을 늙은 닭이 된 지금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동물적'이라는 말은 사람이 만들어 낸 허상입니다. 인간이 뭐가 잘났다고 그런 말을 만들어 냈을까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도 지극히 인간적인 말일 뿐 동물의 세계에는 맞지 않는 표현인 듯합니다.
 
닭의 세계는 일부일처가 아닙니다. 수탉 한마리가 암탉 열마리 이상을 거느립니다. 그만큼 수탉이 강하다는 이야기인데 강한 만큼 살아남기도 힘듭니다. 달걀에서 깨난 병아리의 암수 비율은 같습니다. 열마리의 수탉 중 한 마리만이 본래의 수컷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도태되어야 합니다. 병아리 감별사는 '수탉'을 도태시키기 위하여 생겨난 직업입니다. 부화장에서 태어난 수컷은 감별사의 손에 의하여 곧바로 끓는 물통으로 직행하고 암평아리들의 식삿감이 됩니다. 아무튼 수탉은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병아리때 줄일 수 없는 바에야 어느정도 크기까지 길러야 하는데 수탉을 기르는 일 또한 수월치 않습니다. 수컷으로써의 성징이 나타나기 전엔 암탉과 함께 있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수탉은 커가면서 암컷과 분리되어야 하는 비운을 어찌 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나마 우리집 수탉은 온전한(?) 비운만은 모면했었더랬습니다. 산란닭들의 집에서 함께 자라다가 어느정도 크면 수탉들만의 집으로 분리되어 몸집을 불립니다. 그 사이 산란닭들의 집, 유정란이라고 하는 2세를 만들어낸 수탉들이 토종닭집으로 빠져 나가면 수탉들만의 집에 있던 녀석들은 순차적으로 산란집으로 옮겨집니다.
 
요즈음, 그 순환의 고리에서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탉들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일상화되어 버렸고 수탉들의 집은 이제는 조폭들의 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1제곱미터당 1마리의 닭을 키우면 농산물 관련법에 의하여 방사닭으로 인정 받습니다. 수탉들의 집은 1마리당 1평(3.3제곱미터)이 넘는데도 조폭들의 아지트처럼 살벌하니 그 사나운 심성을 어찌 달랠 수 있겠습니까?
 
수탉을 풀기로 했습니다.
6일째인 오늘 이웃집 사람이 왔습니다. 닭을 가두라는 것입니다. 바로 바라보이는 마당 앞에서 큼지막한 매가 배를 채우고 가더라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는 닭털의 잔해와 함께 찢겨진 날깨쭉지 한 귀퉁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닭들의 숫자를 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수탉들은 대략 그대로 보입니다.
 
재래닭이 제대로 크려면 1년이 넘게 걸립니다. 다 자란 수탉은 없고 삼계탕감도 안되는 놈들이 태반입니다. 짧게는 3-4개월, 보통은 6개월 이상 키워야 할 터인데, 이 일을 어찌하여야 할지……
 
내일 해가 뜨면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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