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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04-04 (수) 20:09
ㆍ조회: 4,301  
민들레 빙글빙글
"봄눈은 아무리 많이 와도 맥을 못춰!"
밤시간 모두가 잠든 사이 제법 많은 눈이 내려 대지를 덮었더니
아침해 구름 틈으로 오락가락하는 사이 봄눈 녹듯(?)
언제 왔느냐 싶게 사리지고 없습니다.
 
바람끝이 제법 싸늘한 날씨,
마당 이곳저곳을 살폈더니
깽깽이풀도 작달막히 망울을 달고
땅에 찰싹 달라붙은 민들레 무리도 꽃을 피워냅니다.
 
토종민들레는 꽃대가 제법 길게 올라오는데
서양민들레는 착 달라붙은 로제트형 잎들의 한가운데에 딱 붙어서 피지요.
서양민들레만 있으면 비교되지 않을 것을...
토종과 함께 핀 서양민들레는 참 볼품이 없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난잡해서 정갈한 맛이라고는 없고
또 잎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서양민들레는 잎의 갯수만큼의 꽃을 피워낸다니
지금 피는 꽃은 '내 여기 있노라'는 신호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두 발 짜리 손괭이를 들었습니다.
봄눈 녹은 마당에서 서양민들레를 파내려는 것입니다.
토종민들레를 일부러 심은지라
비록 그것이 꽃에 대한 편애가 될지라도 파내는 것입니다.
물론 민들레를 파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뿌리가 직근성으로서 보통은 50cm 정도,
긴 것은 1m가 넘는다고 하니 파내되 아주 뿌리끝까지 팔 수는 없습니다.
민들레를 많이 캐봤지만 끝까지 다 캐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곡괭이로 푹푹 찍어 주변 흙을 긁어올리면 뿌리가 나타나고
뿌리의 제일 아랫부분을 잡아 당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툭 부러져 올라옵니다.
제법 길게 나와야 20cm쯤,
10여cm 정도의 뿌리를 달고 있는 서양민들레는 금새 한 바구니가 됩니다.
 
서양민들레를 캐는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 닭들이 너무 좋아하는 입맛 돋구는 봄나물이기 때문입니다.
바구니 색깔이 눈에 선듯 바구니를 들고 들어서는 주인에게 경계를 하지만
서양민들레를 툭툭 던져주면 이 때부터는 바구니로 몰려듭니다.
 
닭들의 먹이에 대한 본능적 반응은 재밌습니다.
물고 튀면, 그것은 별미라는 뜻입니다.
한녀석이 입에 물고 달리기 시작하자
기차놀이하는 아이들처럼 궁둥이를 흔들며 뒤쫓습니다.
제법 많은 양의 서양민들레를 여기저기 던져주니
각자 통닭 한마리씩 차지한 셈이 됩니다.
 
이녀석들은 손이 없는지라 부리만으로 쪼아 먹어야 하는데
발로 밟고 쪼면 좋을 것을, 그 요령을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몇번을 쪼아 먹으면 서양민들레가 통째로 부리에 붙어 올라오니
이제는 그것을 돌려 원심력을 이용합니다.
영리하군요 ^^
하기는 발로 밟고 먹는 놈은 무식한 개놈 뿐이지
닭처럼 매끄럽고 이쁜 녀석들이 제 먹을 것을 발로 밟겠습니까?
 
민들레 빙글빙글...
돌려서 후리면 서양민들레는 넋이 나가고 곤죽이 됩니다.
역도산이나 김일이 이만 할까요.
잎부터 먹히기 시작한 서양민들레는
뿌리도 여지없이 별미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두시간 후면 서양민들레는 아예 흔적이 없고
바닥마저 깔끔히 후벼진채로 청소되어 있습니다.
 
서양민들레를 보면
밉고 겁이나고 뽑아도뽑아도 다시 나오는 것에 질리지만
서양민들레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닭들을 보면
서양민들레, 그 놈들도 제법 괜찮은 녀석들이지요.
 
내일도 모레도
주인이 틈이나는 한
우리 닭들은 민들레를 빙글빙글 돌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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