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풀, 할 일 다 하고?

할 일 다 하고... 하고초
 
지난 5월 26일 첫 개화 후 30일 뒤의 꿀풀.
여름 문턱에서 가을 색으로 변해가는 꿀풀을 봅니다.

옷에 스치니 사각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벌들의 고향 - 이젠 벌들도 날아오지 않습니다.
'세월'이란 말이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시드는 게 아니라 마르는 꽃... 하고초
 
시들다는 말뜻은 말라서 '생기'가 없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마르다는 말은 '물기'가 없이진다는 뜻입니다.
물기를 잃되 생기까지는 잃지 않는 꽃이 꿀풀이고 그래서 하고초입니다.
현대인들, 마른 사람이 더 건강하다 합니다.
남들은 푸르게 한창 살을 찌워가고 있는데 유독 홀로이 말라가는 풀, 꿀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남기 위한 지혜였는지도 모릅니다. 
 

 
 
꿀풀을 만나시거든
 
초록 물결로 넘치는 요즈음 꿀풀을 만나시거든
눈을 가져다 대고 가까이 보세요.
결코 시들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만, 귀를 대고 꽃대를 잡아 살짝 흔들어 보세요.
삶의 소리, 세월의 소리, 꿈의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우리 뜨락의 하고초
 
하고초는 여름에 반쯤 말랐을 때 채취하여... 약으로 쓴다.
하고초는 간담의 울화를 다스리고 이뇨, 혈압강하, 억균작용 등...
 
베어 말리기에 마침 적당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우리 뜨락의 하고초는 벨 수 없습니다.
그들과의 대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터에 뜨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