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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꽃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고 서늘한 바람기운이 돌 무렵 연한 보랏빛으로 흔들거리는 꽃이 있는데 솔체꽃입니다. 솔체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십개의 작은 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꽃잎의 모양이 꽃마다 다르고 바깥쪽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솔체꽃에 나비라도 앉으면 꽃이 나비인지, 나비가 꽃인지... 그저 나비처럼 피는 꽃이 솔체꽃인데 '산토끼꽃과'로 되어 있었습니다. 산토끼과인 솔체꽃을 보면서 산토끼꽃은 어떻게 생겼길래... 하면서 궁금해 하던 차 몇년 전에 만났습니다. 마을 어귀, 봄부터 억세보이면서 튼실하게 올라오는 알 수 없는 식물에 오며가며 눈길을 주곤 했는데 여름이 다가올 무렵 제초제의 수난을 당합니다. 바야흐로 꽃이 피어나자 '산토끼꽃'임을 확인했고 씨앗이 익기를 기다리는데 또 한번의 수난이 다가왔습니다. 매해 음력으로 7월 하순경 마을에서는 호미씻이라는 행사기 있습니다. 요즘은 호미를 많이 쓰지 않아 실제 호미를 씻진 않지만 그날은 길가의 모든 풀을 베어내고 마을회관에 모여 고기도 굽고... 합니다. 호미씻이 하는 날, 그 산토끼꽃이 씨앗이 채 익지 않은 채로 잘려져 버린 것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고 더 어렵게 씨앗을 받았습니다. 씨앗이 달린 줄기채 가져와 후숙(?)을 시킨 셈인데 다음 해 발아하고 꽃을 피우고... 하더니 이렇게 번졌습니다. 이름도 꽃도 예쁜 산토끼꽃이 우리집에서는 큰 보살핌 없이 파내야 할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보면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게 의하합니다. 마을 어귀에서 우연히 만난 산토끼꽃은 그 자리,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자리를 옮겨 이렇게 빼곡히 자라고 있습니다. 올핸 씨앗 됫박꽤나 얻을듯한데 열심히 받아 원하시는 분들께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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