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 열매를 산수유(山茱萸)라 하여 약으로 쓴다
열매의 맛은 약간 떫고 달고 시큼하다. 가을에 길쭉한 열매가 붉은 색으로 익으면 딱딱한 씨를 빼고 과육만 말려 자양강장, 몸이 허약할 때, 허리 아플 때, 지혈, 해열제로 쓴다. 찐 것은 강장약과 요통, 현기증, 이명, 빈뇨, 야뇨증 등에 이용하거나 약주를 만든다. 동의보감에서는 산수유 열매를 소주에 담근 후 불려 씨를 제거하고 말린 것을 석조(石棗)라 하며 약효가 좋다고 했다.


산수유(山茱萸) - 산수유나무의 열매, 수유(茱萸)는 무엇일까
수유(茱萸) - 수유나무의 열매
산수유의 한자는 뫼<산>, 수유나무<수>, 수유나무<유> 자이다. 그렇다면 수유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쉬나무(수유나무)
운향과 낙엽교목
한국 중부 이남의 마을 근처나 산기슭에서 자란다. 높이는 약 7~15 미터이고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 잔잎 7~11장이 깃 모양으로 달려 겹잎을 이룬다. 잎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다. 8월에 작은 흰색 꽃이 취산꽃차례를 이루어 피며 10월에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다. 옛날에는 검은 색을 띠는 타원형 씨에서 기름을 짜서 등잔 기름, 머릿기름, 해충 구제약 따위로 사용했다.


 


쉬나무, 국화와 함께 재앙을 피하는 나무
우리의 세시풍습에 의하면 한로(寒露; 양력 10월 8일경), 음력 9월 이 때를 전후해 「국화전을 지져 먹고, 국화술을 담갔으며, 수유(茱萸)를 머리에 꽂아 잡귀를 쫓았다」고 한다. 산수유가 아니라 <수유>가 등장하는 것이다. 산수유 원산지는 중국과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이라 하는데 산수유나무가 야생에 서식하는 것이 관찰되지 않아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중국에서는 '중양지연(重陽之宴)'이란 것이 전해온다. 옛날 중국의 장방(長房)이란 사람이 환경(桓景)이란 사람에게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큰 재앙이 닥치니 부인과 함께 높은 곳으로 피하되 각자가 주머니를 만들어 주머니 속에 수유를 넣어서 팔에 걸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菊花)술 꼭 챙겨 먹으라'고 해서 그 화를 피했다는 설화에서 중양지연(重陽之宴)이 생겨났다.
 

쉬나무 열매를 보고 산수유나무라 이름지어

 

 

쉬나무의 꽃과 열매이다. 꽃은 희고 열매는 붉게 익는다. 이 열매를 수유라 하는데 이 모양(색깔)이 닮았다 하여 산수유나무라 부르게 되었다는 기록이 눈에 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재미난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동의보감이다.

山茱萸(산수유)
在處有之, 葉似楡, 花白, 子初熟․未乾․赤色, 大如枸杞子有核, 亦可啖,
(곳곳에서 난다. 잎은 느릅나무 비슷하면서 꽃은 희다. 열매가 처음 익어서 마르지 않았을 때는 색이 붉고, 크기는 구기자만하면서 씨가 있는데, 또한 먹을 수 있다.)
旣乾, 皮甚薄, 每一片去核, 取肉․皮四兩, 爲
(마른 것은 껍질이 몹시 얇다. 매 1근(600gr)에서 씨를 제거하고, 살과 껍질을 4냥(150gr)을 취하는 것이 기준이다.)
《물고기 동의보감 중》

在處有之, 葉似楡, 花白(곳곳에서 난다. 잎은 느릅나무 비슷하면서 꽃은 희다.)
꽃은 희다고 하였다. 산수유나무 꽃은 노런색인데 말이다. 잎도 느릅나무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산수유나무 잎은 느릅나무와 크게 다른 게 아닐까? 이 대목을 읽으며 <수유>와 <산수유>의 명명 연유나 선후배간의 의혹을 나름 정리할 수 있었다. 在處有之, 葉似楡, 花白 - 이는 필시, 아니 어쩌면 쉬나무(수유)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전술한 바와 같이 쉬나무(수유)에서 메 <산>자를 붙여 산수유나무(산수유)라고 이름하였다는 것과 산수유나무가 우리의 자생 원산이 아니라 약용수로 중국에서 도입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할 것이다.  


산수유 - 씨는 반드시 빼야 한단다... 씨는 정을 미끄러져 나가게 하므로
肉, 壯元氣, 秘精, 核, 能滑精, 故去之, 九月․十月採實陰乾(본초)
(살은 원기를 성하게 하고, 정을 굳건하게 한다. 그러나 씨는 능히 정을 미끄러져 나가게 하므로 마땅히 제거한다. 음력 9~10월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린다.)


비 오는 날, 울타리용으로 심은 산수유나무의 활짝 핀 노란 꽃이 돋보여 그를 진종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들춰 혼잣말처럼 정리해 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