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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핀 날
아침 녘, 샘가에 떠 놓은 물은 얼어 있고 허연 서릿발은 여전합니다만 그러나 낮으론 여름일성싶게 소매를 걷어붙이지 않으면 땀이 흐릅니다. (낮으로만 보면) 바삐도 찾아온 봄인데, 그래서인지 시골의 모든 것도 덩달아 바쁩니다.  문득, 마당 한 쪽 꽁끄만 곳에 숨어 핀 제비꽃이 박하향 탄성을 불러일으킵니다. 하, 예뻐라!  마당 이곳저곳을 살펴봅니다. 이렇군요... 닭들의 놀이터이자 먹이터가 되어버린 우리 마당은 이래저래 갈퀴질 당하고 벌써 이파리가 어느정도 자라야 할 양지꽃은 뿌리를 할퀴운채 앙상하기만 합니다. 제비꽃들, 자세히 보니 이렇게... 그래도 이만큼 올라왔군요. 닭들의 발톱에 할퀸 자국은 남아 있지만 그래서 자주색은 더 진하게 올라오지 않을까요?  닭들의 발이 네 개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남아나는 게 없고 버티는 게 없으니까요. 불과 일주일 전 사진입니다. 먼 산 잔설은 여전했습니다. 봄 눈녹듯이 아니라... 실제 봄 눈은 녹고! 제비꽃을 몇차례 살펴보시던 어머님께서도 마음이 다급해지셨나 봅니다. 한 해 농사, 장 담그기...  몇 년 전에 제법 비싼 돈을 들여 항아리를 샀는데 저의 어머님께서는 항아리로 보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통만도 못하다는 게 어머님의 지론... 물론 저도 비싸디비싼 장식품쯤으로 봅니다. 속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는 소금 항아리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메주를 담고, 소금을 씻어 물에 흘려내리고... 어머님께서는 분주하십니다.  가만, 곁눈으로 보고보고 합니다. 동동 뜬 메주 사이에 전에 만들어 둔 참숯도 띄우고 빨간 고추도 띄우고 하십니다. 메주 위에 통소금을 송송 올리는 것을 보니 전에 본 장독이 추억처럼 떠오릅니다. 어머님 얼굴엔 만족스런 미소가 흐르고...  "왼 새끼줄을 꽈야 하는데요..." "그 것 없어도 잘 익을 것이네... ㅎㅎㅎ"  저는 그 사이, 마당 여기저기 널린 꿀풀을 파다 한 켠에 모아 심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참, 비생산적인 짓을 하는구나... 우리집 마당, 금줄 없어도 장은 잘 익어갈 것이요 옮겨 준 꿀풀들은 그 무더기보다 더 많은 벌들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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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中梅님 왈(曰)
2008-03-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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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강건해 보이시니 좋으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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