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잎꿩의비름

누가 사랑은 위태롭다 하였던가?
누가 사랑은 썩은 사과처럼 달콤하다 하였던가?
불면의 어둔 밤을 지새우고 달려 간 물맑은 계곡
높다란 바위틈엔 위태롭게 몸을 의지하고
둥근 얼굴을 빼꼼히 내민 붉은 입술의,
나이 먹어 이제는 어느 누구도 찾지 않을 퇴기들이
한껏 요염함을 들어내 보지만
그것은 서투른 그들의 마지막 발버둥처럼 보였다.
 
어여쁜 어린 동기들은 짝 찾아 다 제 길 떠나 버렸고
위태롭고 옹삭한 곳에 남아 있는 그들은
그나마도 사각사각 갉아 먹히는 육체의 감미로운 유혹에
내 맡긴 채 이파리는 벌레들의 잔치로 끝갈데 없이 가버리고
초라하기 그지 없는 몰골로 우리를 맞이 한다.
 
파장의 어수선함이 뚜렷한데
나는 무엇을 못잊어 너를 탐하러 그 먼길을 달려 왔던가?
몰골 사납지만 너무도 달콤한 너의 유혹의 손길에
나를 맡긴다.
벼랑끝 서늘한 너의 꽃빛에 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