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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살기로 - 이정하 -
 살아가다보면 눈앞이 깜깜해지는 날이 있다 내뱉을 수 없는 아픈 숨결들이 속으로 타서 시커먼 숯이 되고 절망이 되는 그런 날 살아있다는 것이 짐스러울 때도 있다 세상에 나 있는 수많은 길 중에서 하필이면 내가 왜 이 길로 들어섰을까 할 때 세상의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왜 그 사람을 택했을까 할 때 믿고 있었던 것들이 등을 보일 때 딱 그만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외로운 게 아닌가 지금 비록 힘겹고 깜깜해도 살아 있음은 내게 무한한 축복인 것을 그런 때야말로 나의 진가를 발휘할,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때다  - 사족 - 사진 속의 길은 힐링의 길입니다. 저 혼자 속삭이듯 달려보는 숨겨둔 길입니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져 터널을 이루는 길 가을엔 나뭇잎이 단풍들어 울긋불긋 꽃대궐을 만들어주는 길 겨울엔 정갈한 나무가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하늘을 열어주는 길 저 길 오른쪽 아래엔 멋진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아 발걸음을 할 수 없는 곳이기에 저 길 따라 올라가며 허리를 펴고 곁눈으로 힐긋힐긋 바라보긴 합니다만 을씨년스럽게 변한 곳이지요.. 그러나 저 길을 달리다보면 이런저런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탁월함이 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가고 청룡의 해 2024년을 맞이한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작년에 정리되지 못했던 마음의 짐봇다리를 풀어서 정리하고, 새로운 보따리를 펼쳐놓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 보다 빠르게 흘러갈 시간들이 모래알처럼 물처럼 손에 잡히지 않을수도 있을테지만 한 번 더 단단하게 여밉니다. 당연히 갈등과 후회의 연속이겠지요. 생이 그러하니까요. 열심히 갈등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것도 삶이니 힘들어하기 보다 즐겨보려 합니다.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뜨락님들께서도 청룡의 해 계획하신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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