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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다
 저 자목련 심은지 한 15년 가까이 되었을까요.. 우리꽃뜨락 도감에 있는 자목련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찍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해마다 들러봅니다. 예쁜 집이 잘 있나 하고... 마을어귀에 들어서면 보이던 집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자목련 한 그루 자라서 눈부시게 피어 있을뿐...  비닐하우스 건너 길가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집터를 바라보았습니다. 봄바람에 목련 꽃잎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목련이 필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마음이 아픕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목련.. 4월의 봄을.. 순하디 순한 연둣빛 계절을, 가슴이 아려오는 달(4월)이지만 유난히 좋아합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저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좋아도 좋아한다는 말 못하고 맞이한 봄이었습니다. 그러나 봄은, 4월의 봄을 몹시 좋아하셨기에 봄은, 온전히 그 분의 계절입니다.  빨간지붕 뒷집 어르신이 다가오셨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집이 없어진 사실을 여쭈었습니다. 귀가 어두우신 것 같았습니다. ' 여기 살던 사람이 온다간다 말도없이 사라졌소.' ' 사라진지 오래 되었소' ' 가면 간다 인사도 없이 사라졌소. 어디로 갔는지 모르오' 라고 하셨습니다. -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라고 했지만.. 허공속의 메아리처럼 저의 이야기도 그 어르신의 귀 밖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말없이 내 곁에서, 우리들 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입니다. 저 멀리 돌배나무 하얀꽃을 그윽하게 보아줄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좀 오래되었습니다. 예쁜 목련 가지하나 꺾어서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 나왔습니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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