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알풀 [펌]

앞산 골골에는 잔설이 반점처럼 남았는데
토방까지 드리운 다사한 햇살은 발끝을 간지린다.

하염없는 마음 속에 분홍빛 그리움이 일고
발끝의 간지럼은
알 것도 같은 모를 것도 같은
그러나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는
작은 저림이 되어 어느새 몸줄기를 타고 올랐다.

봄이다!

금새 터뜨릴 것 같았던
장꽝 뒤 동백을 살펴보지만 봉오리는
어제와 다름없이 야문 입이다.

골담초 은행 잎 바삭거리고 꽃무릇이 시들어 가는 지리
드러누운 누렁이의 게으른 인사로
살그머니 꼬리를 들올리는 자리

문득,
누렁이 불알에 버짐이 피었던가, 잔설이 남았던가

봄은 아직 오지 않고
누렁이를 보낸 자리에는
언제였던가 개불알풀이 개불알풀이,
개불알풀이!





 

이렇개 해서 붙여졌음직한 개불알풀
당신이 양반이라지만 힐끗 눈길을 주었을...
부르기 힘든 풀 그리고 그 꽃.

눈을 가져다 대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은
그 풀과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연한 보라색의 네개의 꽃잎
셋은 동그란 모양으로 같은데 유독 하나만
슬그머니 처져 있는게
마치 탱탱한 고무풍선에 물이 담긴 모습 아닌가
아니면 이파리에 달려있는 가는 솜털일까

이 예쁜 모습 어디에 그 희한한 물건이 숨어 있는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줏대 없는 어느양반이 체면을 무릅 쓰고
그 풀을, 그 꽃을 들여다 봤을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 예쁜 풀을 자신의 정원
어디메쯤에 몰래 심었을 것이었다.

이른 봄날
이 양반 어려운 손님과
정원을 거닐고 있는데
그 자리에 누렁이가 여지 없이 게으른 인사를 하고
까치는 새 손님을 반기며 울어대고 있었다.

"이 예쁜 꽃은 이름이 뭐래요?"

봄은 아직 오지 않고
누렁이를 보낸 자리에는
언제였던가 언제였던가

봄까치꽃, 봄까치꽃이...

줏대없는 양반 때문에 두 이름을 가진 풀

아마도 그랬을 거야.
맞을 거야!




 
아주(?) 오래전,,
어느분의(자수하여 음악 깔아주소서~!!^^) 글을 슬쩍 훔쳐 보관했던 글 입니다.
오늘 날씨가 봄날처럼 포근해서..지난 글이지만 꽃처럼 내밀어 봅니다.
다시 읽어도 좋기만하네요
그땐 음악도 흘러나왔었는데..제목은- Morning Air (Samuel Reid) -
꽃사진도 그때 그 사진입니다.^^*
아쉬운점은 그땐 사진이 네모반듯하진 않았고..한껏 꾸민 사진이었는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