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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경사라네요
 우리집 소백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무려 아홉마리나요. 소백이요? 보시는 것처럼 개의 이름이랍니다. 남들은 강아지를 많이 낳아 겹경사라는데...  잽싸고 영리한 진돗개라 했습니다. 이 강아지의 엄마는 쥐도 잘 잡고 산짐승도 잘 잡아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빠는 어땠어?' 하고 물을려다 꾸욱 눌러 참았지요. 시비조로 들릴 수 있겠다 싶어서 입니다. '요새 진짜 진돗개가 있을라구?' '진짜 진돗개라면 내 손에 이리 쉽게 들올 수도 없지...' 이 녀석이 우리집에 온건 2005년 가을이었습니다. 개가 차를 타면 멀미를 한다 합니다. 그런데 이 강아지는 제 집에서 데려오기로 한 도킹지점까지 두어시간을 오는데도 멀미를 하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하지만 행여라도 멀미를 할 수 있지 않나 하여 박스 안에 신문지도 다시 깔고 토하면 닦아줄 휴지와 물도 준비해서 내차에 옮겨 실었습니다. 차 안은 좀 어색했습니다. 조수석 바닥에 앉혀진 강아지는 아주 조용합니다. 의아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영리한 녀석 같으면 눈치를 챘을테고, 또 진돗개는 오로지 한 주인이라는데 그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거 참, 개가 원 무슨 표정이 있어야지 눈만 껌벅이니... 곁눈질한 조수석 차창엔 가로수만이 점점 빨리 내빼고 있었습니다.  어느 결, 강아지는 내게로 눈을 두고 있었음을 느낍니다. 가끔씩 졸기도 했는데 박스 테두리에 머리를 기댄체로 눈만 감습니다. 고개가 아프겠다 싶어서 박스 안쪽으로 내려놔 주면 이내 다시 올려서 나만 쳐다봅니다. 이 녀석 봐라! 예닐곱 시간을 꼬박 그렇게 왔습니다. 물론 차멀미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쉬만 한번 하고.  내 이름은 '소백'이라고 해요. '소백이'라고도 하는데 소백이 맞는지 소백이가 맞는지 주민등록등본을 떼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전에 어렸을 땐 풀어줘서 여기저기 마실도 다니고 했는데 좀 크고부터는 꼭 매두시니 답답하기만 하지요. 바람 날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난 주인이 좋아요. 주인이 차를 타고 나가시면 다시 차가 돌아올 때까지 동구밖만 쳐다보고 주인이 화장실에 가면 나올 때까지 쳐다 보고 왔다리갔다리 하면 내눈도 영락없이 그대로 움직이고, 밭에라도 나가시면 내 눈은 여전히 밭쪽에 못을 박아 두지요. 그래서 주인의 친구들 중 눈치 빠른 분들은 주인이 어디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한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쪽에 반드시 주인이 계시걸랑요. 지금도요, 아가들에게 젖을 물린 채로 빠끔히 내다 보니 주인이 보이는군요. 아침에 미역에, 쇠고기에, 동태까지 든 밥말이 국을 한 뚝배기 했더니 든든하네요. 어제부터 난생 처음 얻어먹어보는 것인데 맛있대요..ㅇㅇ 강아지도 낳고 볼 일이지 뭡니까. 사실, 전에도 몇번 아기를 낳을 수 있었지요. 주인께서 신랑감을 구해주지 않으시니 난, 아기도 한번 못 낳아보나 했는데 이번에 아기를 낳게 된거죠. 두달쯤 전이지요. 우리집에 주인 친구분들이 몇 오셨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만요. "우리 건 진돈데 옷도 하얗게 잘입고 해서 잘 나올거야." "우리집 건 풍산이야. 아, 멋지고 영리하지. 우리집 개 장가 한 번 보내자구!" "진도는 끼리끼리리야 하는 거야!" "그런데 시집 보내는 게 맞는거야, 장가 보내는 게 맞는거야?" 결론도 없이 이야기는 계속되고... 며칠 뒤 주인은 나를 차에 태우시대요. 시집가자, 시집가자 하시면서요. 가서 보니, 읔 쓰러질 뻔 했지 뭡니까? 멋진 진도 사나인데 첫눈에 반해버린거죠. 깐돌이, 깐돌이... 이름도 멋지지 않나요? 깐돌이는 나를 보더니 거의 초죽음이었죠! 며칠의 눈맞춤, 입맞춤 끝 푸른 들이 내려다 보이고 파아란 하늘이 눈에 들오는 느티나무 아래서 우린 사랑을 노래했죠, 뜨거운 사랑을요.  그런데요, 그런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슬픈 소식을 들었어요. 깐돌이가 죽었다는. 깐돌이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 묘한 성격이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가 봐요. ㅠ.ㅠ 깐돌이는 지금의 주인이 원래의 주인이 아니래요. 지금의 주인이 잘못 해줘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진도'의 속성 더하기 전 주인에게 매맞은 기억들이 그렇게 만든 거라네요. 산골로 들어오게 된 깐돌이는 매이지 않고 풀어서 여기저리를 돌아다녔는데 사람과는 누구든지 딱 2m의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대요. 먹이를 주면 먹되 주인이 2m쯤 멀어지면 그때야 와서 먹는다는 것이지요. 산골 동네 사람들이 말이 많아졌어요. 깐돌이 때문에 황기밭을 망쳤다는 둥, 배추가 또, 고추가 어쨌다는 둥. 깐돌이의 주인은 그게 아니라고 이야기 했대요. 깐돌이 때문에 멧돼지가 안내려 오니 깐돌이가 밟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결국 119를 불러 마취총으로 쐈는데도 산으로 도망가서 깨났다니 놀랍지요? 깐돌이 집에 동네사람 한 분이 찾아 왔대요. "우리 밭에 짐승이 내려 오니 약을 놓겠습니다. 깐돌이를 묶지 못한다는데 약을 놓을까요 말까요?" "... 놓으세요." 주인은 깐돌이를 믿었답니다. 놓지 말라고 할 명분도 없을 뿐더러 깐돌이가 영리해서 그런 건 먹지 않을 것으로 믿은 것이지요. 일이 터지고 난 뒤 깐돌이 주인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우리집 주인을 만나 이야기 하는데 "이놈들, 내가 개를 키우나 봐라. 개를 다 처분해서 그 산골짜기를 멧돼지 운동장으로 만들고 말거야! 개가 있어서 멧돼지가 오지 못한다는 덕은 모르고 말야!" 깐돌이는 주인집 식구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소백산 중턱에 잠들었대요......  넘, 무거운 이야기만 했나요? 이 모습을 한번 보시고 웃으세요. 어렸을 때의 제 '코'랍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내 코가 투명하고 이뻐서 일품이래요. 마치 초콜릿처럼 맛있어 보인다나요? 그런데 한 번도 뽀뽀해주지 않고 내라도 뽀뽀 할라치면 도리어 된통 혼나지 뭡니까. "이 녀석이 버릇없이...!!!" 아무튼 주인님요,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은 너덧마리만 낳아서 축나지 않고 크는 걸 원했지만 아홉마리요... 열심히 키울게요. 내 젖이 열개 아닙니까. 어? 아이들 젖먹일 시간이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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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님 왈(曰)
2007-08-1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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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소설이 맞나~~?(갸우뚱~) -개- 가 생각나요.. 소백아~~어미가 되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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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님 왈(曰)
2007-08-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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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이가 하루 반나절을 도통 뭘 먹질 않습니다. 몇 번 토하기만 하고. 그간 강이지 돌보는 걸 지켜 보는데 너댓마리씩 분리해 좋고 이리 누웠다가 저리 누웠다가 하면서 고루고루 나눠 먹이는 걸 보고 참 놀라워 했습니다. 그런데 어미가 뭘 먹지 못하니 이건 큰 일입니다. 부랴부랴 강아지들을 위하여 분유와 젖병을 구하는데 분유는 대충 우유냄새가 나는 음료용 가루우유를 샀습니다.  젖병은...? 근처엔 면소재지, 군소재지에도 없습니다. (여기는 아기들도 낳지 않는 곳인가?) 마침, 주변에 아시는 분께 여쭤 보니 젖병이 있더군요. 이마트에서 1만7천원 하는 젖병이라나요? 우와~ 나중에 알고 보니 젖병은 약국에서 판대나요... 저런!  강이지가 눈을 뜨려면 10일 내외, 1주에서 2주 걸린다네요. 눈뚜껑이 두텹지도 않은데 참 묘한 일입니다. 조물주께선 왜 그렇게 만드셨을꼬?  새끼는 당연히 부모를 닮는 법이지만 코, 코가... 너무 똑같군요. ㅎㅎ 내 눈엔 아홉 마리가 똑같은데 소백이는 구분할려나? 참, 소백이는 오늘 오후 네시쯤부터 뭘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지 뭡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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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님 왈(曰)
2007-08-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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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부럽당~~ㅋㅋ @_@~~ 더위도 모르고 자겠지요? 소백이가 뭘 먹기시작했다니 다행입니다. 궁금한것이 있는데요~ 아홉마리중에 암놈은 몇 마리예요?? 그리구요~ 젖병은 동물용으로 써야되는거 아닌가?? 저도 잘 모르지만..요..(-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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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님 왈(曰)
2007-08-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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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놈 숫놈 몰라요. 대충 마릿수 확인만 가능한 상태이구요. 지들이 고추 꺼내고 쉬... 하는 날 세 보고 알려드릴께요. 동물 젖병이 따로 있나??? 모르겠습니다. 있거나 말거나 만칠천원 짜리로 먹이면 안되갰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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