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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꽃을...
 장마도 아닌 것이 태풍도 아닌 것이 하늘은 왜 가리며 온통 슬은 팡이로다 어언간 한반도 골골 스콜비에 젖누나 ㅋㅋ 지독한 날씨입니다. 비가 내리려면 주루룩 쏟아내던지 아니면 활짤 개던지 할 일이지 도회 사람들은 우산 꾀나 잃어먹게 생겼습니다. 촌 동네 또한 온종일 찌푸린 상으로 대지를 약올리니 오가는 이들과 얼굴 마주하기도 두렵습니다. 오랜만에 산을 찾았습니다. 꽃이라도 만날 요량으로 말입니다. 군데군데 뿌리채 뽑힌 나무도 있고 그러나 골짜기엔 맑은 물이 흐릅니다. 땅이 온통 물먹은 스펀지더군요. 산은 말입니다, 제아무리 가물다 한들 한 밤 이슬만으로도 촉촉한 것인데... 너무 많이 젖었다 싶습니다. 야리야리하게 보이는 줄기에 아기손 같은 잎을 달고 있는 눈괴불주머니도 벌써 노오란 꽃을 너댓개 달고 있고 억셀대로 강해진 노박덩굴의 이파리 사이엔 동그란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머루며 다래며 개다래까지 열매를 달고 있는데 만져보니 아직은 먹을 철은 아닙니다. 오미자는 벌써부터 그런대로 불콰하게 색이 나고 있었지요.   손각대를 쓰다 보니 너무 흔들렸습니다. 개다래열매는 원래 도토리를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달고 있는데 가끔은 이런 모습의 열매도 보이더군요.  마타리며 뚝갈은 키를 올릴대로 올려 그 정갈한 자태는 근엄하되 렌즈를 가져다 대면 나몰라라 하고 몸을 흔들어 버립니다. 동자꽃밭을 만났습니다. 어린 동자승의 눈만큼 얼굴만큼 그렇게 겹쳐보이는 주홍색은 나를 황홀케 합니다. 벌써 꽃들은 거의 다 지고 간간이 내민 주홍빛 얼굴들입니다. 그간 보지 못했던 가는동자나 제비동자가 눈에 들올까 기대 했는데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동자꽃을 곁에 두고 보니 꽃이 피면 일주일의 낮과 밤을 견뎠고 한 그루의 꽃은 한달을 채우더군요. 내년이면 뜨락에도 제법 많은 동자꽃이 필 것입니다. 물봉선과 눈괴불주머니는 나에게 특별한 깨우침(?)을 주는 꽃입니다. 시간 모르고 시절 모르고 살아온 내게 '이젠 가을이다'라고 알려 주는거죠. 이 꽃들을 보면 문득 철학가나 된 것처럼 사느란 기운이 휘익 돌고 지난 일들이 떠 오르면서 쓸쓸해집니다. 나의 관점이지만 무서워 보이면서 정이 가는 물봉선입니다. 멸가치 밭도 보고 우유병 뚜껑만한 담배풀도 돋보입니다. 토현삼도 만났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어디서 만났다는 기억을 다 할 수 있는데 뜨락의 첫 토현삼은 당췌 기억해 낼 수 없습니다. 지난 봄엔 '토현삼이다!'고 캐다 심었더니 백미꽃으로 변하더군요 ^^ 훌륭한 약재이기보다도 한국특산이기 보담도 검은 빛이 도는 자주색의 자잘한 꽃잎이 사람의 눈을 끄는 묘한 힘이 있어 좋습니다.  이상해 보이는 버섯이 있어 이놈이 크면 노루궁뎅이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만져 보는데 감촉이 영~ 내궁뎅이지 뭡니까. 처음 만나는 꽃도 있었습니다. 감동이지요. 하지만 이름을 불러 줄 수 없으니, 누구라도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고만이도 이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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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님 왈(曰)
2007-08-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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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사진이 버섯이예요? 마치, 영화에 나오는 몬스터?? 처럼 보여요. -디워-보러가야되는뎅~ 심형래가 만든...대단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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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님 왈(曰)
2007-08-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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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님, 영화 되게 좋아 하시나 봐요. 저는 0화, 영~~~ 환데 말입니다. 암튼 건강하시고...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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