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우련가

요 며칠새 다사한 바람과 햇볕은 산야에 쌓인 눈을 녹였고
응달진 구렁텅이쯤이라야 헤진 얼음 기둥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제법 굵직한 빗방울이 벌써 서너시간 째다.
시절로 보면 봄이 아니니 봄비는 아니요,
그렇다고 겨울비라 하기엔 너무 진득하다.
 
 
문을 열고 들으니
차락차락 부딪는 빗방울 소리가 발가락을 간지리는 듯하고
밤공기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밤이다.
 
 
요즈음 잠자리에 누우면 솨-하고 들려오는 이명,
나도 놀라며 창문을 열어보곤 했었다.
봄비려니……      
 
 
선인들도 夜深錯認催花雨 (야심착인최화우)라 했으니
겨울이 지나가는 봄의 문턱에서의 깊은 밤은
이런 빗소리의 환청도 선사하나 보다.
 
 
이 밤, 이명도 아니요 환청도 아닌 빗소리 방안 가득 차고
머리끝에서 발가락까지를 그 소리에 맡기고 누웠으되
엎치락뒤치락한다.

 
춘우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