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민들레
ㆍ작성일	2007-09-18 (화) 08:51

ㆍ조회: 3653

청소년 권장 사이트라?

베몰레 홈페이지를 엽니다.

- 힘들면서 편한 눈 내리뜸 -
베몰레(bemolle)는 반내림(flat, ♭)을 의미합니다. 가쁜 세상에서 올려보기 보다는 내려다 보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음악 기호인 베몰레는 그러나 반올림(sharp, ＃)의 반대개념은 아니오 다만 반내림 그 자체일 뿐입니다. 베몰레는 또 깊디깊은 철학도 아닙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 보는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써 살며시 눈내리뜸이 곧 베몰레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몰레는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감히 자연을 이야기 할 수 있으리요만 우리는 결코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자연과 하나로 자연의 부분이어야 할 사람이 어느 때는 자연을 지배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전유물인양 소유하려 듭니다. 이렇듯 사람에게 수난과 괴롭힘을 당하는 자연은 그러나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는 듯 해 보입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인간의 수구심을 천착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 우리가 그들에게 접근하고 배워야 할 뿐 -
운영자는 한 해동안 자연, 조금더 좁히면 우리꽃들과 가까워지기 위하여 다리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집단적으로 키워둔 꽃밭들은 피해 갔습니다. 들과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그들이라면 어디고 찾았습니다. 또한 억수같은 비가 내려 카메라 렌즈를 가져다 댈 수 없을 때에도 운영자는 늘 그들 곁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꽃은 그가 자리한 그 한곳을 십 수차례 찾은 적도 있지만 다른 몇개의 꽃들은 그들을 어디서 만났는지 아무리해도 모르겠습니다. 죄스러운 일이겠으나 숨김을 모를 턱이 없는 그들이기에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또 하나 올 한해,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운영자 컴의 모니터 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놨습니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긴다. 그러나 부드러운 것은 강한 것을 안을 수 있다. 그 부드러움, 어디서 얻을 것인가? 자연이 그것을 일깨워 준다."

- 작은 관심에의 사랑 -
꽃들에 대한 굿굿한 믿음과 나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동분서주한 시간들. 운영자는 조용히 바라보면서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작은 긴장으로 그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예 있습니다. 우리꽃 뜨락 - 살며시 눈 뜨면 눈에 들오는 세상, 그 뜰에서 벌어지는 작은 향연을 보고 듣습니다. 그러다가 더 가까이 보고 싶어지면 허리를 구부리면 됩니다. 그것도 모자라면 이내 엎어지면 될터이지요.

하지만 그도 성에 차지 않으면... 어찌해야 하나요? 베몰레가 있습니다. 베몰레는 아주 작은 관심을 사랑합니다.

- 오랜 기억을 되살려 준 기회, 그것은 그냥으로부터 -
'우리꽃 뜨락'을 오래 전부터 찾아주신 분들은 기억하실 수 있을려나요? 저는 망각이 유난히 심한 터라 컴의 이곳저곳을 뒤져서 당시의 글을 찾아 냈습니다. 2003년 11월 23일의 글이었군요. 그리고 2007년 9월. 4년가까이 흐른 세월 속에서 당시의 기억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아니 스크래치처럼 선명히 나타나는군요. 망각만한 명약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희미한 기억을, 잊혀서 사라질 뻔한 기억을 되살려 주는 약은 또 무엇인지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청소년 권장사이트를 선정.발표해오고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꽃 뜨락'이 그 그물코(?)에 걸릴 줄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입니다. 컨텐츠의 질이나 방문자 수를 봐도 그렇고, 또한 이 홈의 분위기 자체가 (조용한 수준이 아니고) 워낙 고요한지라 내 뜨락은 '시끌벅적한 도회 속의 선방(禪房)'이려니 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나의 한계라고 느끼며 이 사이트를 꾸려왔습니다.

자주 이런 질문을 받았더랬습니다.
"돈 되나?"
"아니, 돈이 들지."
"그러면 왜?"
"그냥..."
남들 개의치 않고 스스로 삼승버선으로 못자리만 밟아왔던 것이지요.

- 오프·온라인에로의 전이 -
또 한 번의 '무식' 자랑입니다.
여담부터 합니다. 전에 인터넷정보센터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리네임되었군요. 그 사이트(기관)를 흉보는 것이겠습니다만, 전엔 닷컴(○○○.com)을 등록하려면 미국 사이트에 접속하여 누구나 바로 등록가능했지만 닷씨오점케이알(○○○.co,kr)을 등록하려면 그곳에서 해야 하는데 돈은 더 많이 받으면서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해와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인터넷(도메인)을 '관리'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봐야겠지요.

오늘 거기에 가봤습니다. 대한민국의 사이트(홈페이지와 같은 개념이로)는 몇 개나 될까를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거기에 대한 답을 얻을 순 없었습니다. 제가 '무식'한 탓이지요.

오프라인은 오감이 동작합니다. 보고 듣고 냄새와 감촉, 그리고 맛.
그에 비하여 온라인의 신체적 감각은 제한적이지만 느낌이 강합니다. 필이고 그것이 와 닿는 것인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느낌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 6세 이상의 우리국민 10명중 7.6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오프라인의 개인주소록 보다 인터넷의 즐겨찾기 목록이 더 많이집니다. 인간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는 그런 전이(轉移)가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오프라인은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은 관리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관리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애저녁에 그것을 감지한 나라에서는 국가기관의 기능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management 에서 control 로 말입니다. 청소년 권장사이트 제도도 이 컨트롤의 기능을 확산해 나가려는 관련기관의 의지일 것입니다.

- 발자국만 무성한 못자리들 -
남이 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기꺼운데 등까지 토닥거려 준다면, 시쳇말로 '뿅'입니다. 남이야 보건말건 제 잘난 맛에 운영해 온 사이트가 바로 그런 '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골충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앞에서 끌려면 코를 붙잡아야 하고 뒤에서 밀려면 등을 밀어주면 됩니다. 앞으로 가기는 마찬가지일지 모르나 코를 붙잡힌 기분이 어디 등떠밀림만 하겠습니까. 그래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 사이트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의 코를 붙잡지 아니하고 엄마손 악손으로 등을 간지리며 떠밀어 주는 그런 것 말입니다.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못자리를 뭉개자고 뭉개자고. 그리고 또 하나의 바람이 있습니다. 삼승버선이건 비단버선이건 그 발자국만 무성한 또다른 못자리들이 무성히무성히 생겨났으면 하는 것입니다.

???

양지꽃님 왈(曰)

2007-09-19 23:56

저는 베몰레를 기억하는사람입니다.
홈페이지를 열면서 쓴 글 '베몰레'에 감동을 받았었지요.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길가에 핀 야생화공부도 꾀나 하게 된동기가 되었구요.
청소년 권장사이트로 추천받으셨다니 축하드리고
또 제가 청소년이 아닌가하고 즐거운 착각에 빠져봤습니다.
제가 자주 드나드니까요...호호호
다시한번 축하드리며 많은 청소년들이 이 홈을 드나들며 자연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민들레님 토를 달아 ...	양지꽃님, 감사합니다. 먼저 알았다고... 핀잔을 드렸는데도 허리를 굽히고 또 굽혀 찾아낸 꽃이 있었지요. 보통의 눈에는 띄지 않는 꽃, 허나 그들의 세계는 또 얼마나 화려했던가요?	9/20 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