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시절

이곳 저곳 다니면서 촌부다운 그림 하나를 꿰맞췄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십사 하고요.
글 읽기에 눈이 어리어리하시진 않나요?
그러하시다면, 제대로 된 것입니다.

전엣달은
산을 넘으면 저도 따라 넘고
개울을 건너면 저도 따라 건넜는데
요샛달은
넘지도 않고 건너지도 않습니다.
제가 넘지 않고 제가 건너지 않으니 나무랄 순 없습니다만...

어둠도 좋고 하여 산골에 들었지만
요즈음의 산골은 어둡지도 않습니다.
골목골목에 가로등이 어둑한 낮에도 켜질 정도이니 말입니다.

어둠을 좋아하는 것은 맘이 어두워서일까요?
우리집 앞 가로등은 꺼놓은지 몇해쨉니만
밤은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별들의 반짝거림도 근시안에 든 것처럼 흐릿하고
달빛마저 그림자를 드리우지 못합니다.

이번 한가위 달은
깊고 깊고 어둡고 어두운 곳을 찾아
맞이하려고 합니다.
계수나무도 보고 토끼도 보면서
풍성한 한가위 되십사...

어두운 시절
‥‥‥‥‥‥‥‥‥‥‥

달은 덩실 둥그렇고
또 그렇게 밝았던지요?
옥토끼가 옥방아를 찧던 옥보름달은
예나 다름없건만 우리의 마음이
그 달에서 저만치 멀어진 건 아닐런지요?

어둠이 있어 달은 밝고
어둠이 있어서 마주 앉지 아니하고
함께 바라봤습니다.
어두운 시절은 -
참 곱고 아름다운 세계였습니다.

올 한가위, 어둠의 상차림은 어떨른지요?
함께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혼자라도,
어둠 속에서 맞는 달
바로 그윽한 당신입니다.